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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카페서 차 한잔...공간미학 ‘스카이브리지’
202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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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호텔 라운지가 부럽지 않아요. 아파트에서 이런 조망을 누리면서 차 마시고 운동하는 기분 정말 좋아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푸르지오써밋 입주민의 말이다.

 

고급 호텔과 고층 빌딩 등에서 동과 동 사이를 고층부에서 연결하는 스카이브리지(하늘다리)가 서울 시내 고가 아파트에서도 점차 세를 넓혀가고 있다. 현재는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 아파트와 서초구 서초동 ‘서초푸르지오써밋’ 등에 불과하지만 최근 잇따라 고급 아파트의 설계 디자인에 속속 채택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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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와 ‘디에이치클래스트’,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 재건축’(롯데건설 시공) 등에도 스카이브리지가 탑재될 예정이다. 이런 단지들이 더욱 늘어나면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대대적으로 바꿔 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고가 주택을 상징하던 리조트를 빼닮은 조경, 차없는 지상, 세련된 커튼월룩 외관, 크고 웅장하게 짓는 문주 등에 스카이브리지가 또 다른 고급화의 머스트 해브(must-have) 시그니처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최근 여러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시공사에 스카이브리지 시공을 추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정비업계는 전한다. 하지만 간단한 시공이 아닌 만큼 적잖은 공사비 증가를 감내해야 한다. 지난 2015년 준공된 래미안첼리투스는 최고 높이가 약 200m, 56층에 이른다. 총 3개동 460 가구인데 동마다 57m 높이 17층에서 스카이브리지를 통해 이동이 가능하다. 길이 43m, 무게 230톤으로 삼성물산이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칼리파(828m) 꼭대기 첨탑 설치에 사용됐던 지상에서 조립 후 한번에 인양하여 접합하는 기술인 ‘리프트업(Lift-up)’ 공법을 적용했다.

 

스카이브리지 내부는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돼, 이 안에 피트니스센터, 독서실, 라운지, 골프시설이 들어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공용공간을 통해 주민들의 연결고리가 되도록 의도했으며 비상시에는 동간 피난용 연결통로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각각 43m, 37m인 길이인 두 개의 브리지는 3시간 동안 화재를 견딜 수 있도록 해 주민들의 대피시간을 확보했다.

 

대우건설이 2017년 준공한 서초 푸르지오써밋에는 아파트 최상층인 35층에 스카이브리지가 만들어졌다. 확 트인 조망과 외부에서 보았을 때의 심미적 가치를 위해 통유리를 최대한으로 많이 사용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파리의 라데팡스 신개선문과 자주 비교되는 형상으로, 단지가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빅게이트 형상으로 디자인했다”고 소개했다. 이 안에는 역시 주민 공용공간인 피트니스센터와 북카페가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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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준공된 주상복합아파트 서초동 ‘서초아트자이’는 지상22층에서 아파트 동과 동을 연결한 스카이브리지를 올렸다. 내부엔 피트니스센터와 커뮤니티 공간은 물론, 다양한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클럽하우스와 외부손님을 위한 게스트룸을 만들었다. 이처럼 스카이브리지는 입주민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시설로 꾸려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제한된 층고와 용적률 내에서 고층부의 분양수익을 포기하고 입주민의 공공 편의를 목적으로 설계된 시설이기 때문에 단순 통로나 일부 세대에게만 전용된다면 효율성은 물론, 입주민들의 만족도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스카이브리지는 점차 세를 넓혀가는 양상이다. 스카이브리지 보유 아파트가 서울을 넘어 수도권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대우건설은 최근 수주한 과천주공5단지(재건축 후 ‘써밋마에스트로’)에서도 스카이브리지를 시공하게 됐다. 스카이브리지 안에 라운지 및 도서관과 더불어 캠핑장과 스파시설까지 조성하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인천 송도에선 GS건설이 짓는 ‘송도자이 크리스탈오션’이 송도 최초로 25층 높이의 스카이브리지를 시공한다. 바다 조망이 가능한 스카이브리지 안에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선셋라운지와 북살롱 등의 커뮤니티 시설을 꾸린다는 계획이다.

 

스카이브리지는 고급스런 외관을 자랑하지만, 한편으로는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비판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에 설계 과정에서 반려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의 달라진 기류 영향을 받아 속속 허가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물론 허가 과정에서 외부 시민 개방과 같은 여러 까다로운 주문이 더해지는 경우도 많다.

 

롯데건설이 건설하는 ‘잠실미성크로바 재건축’은 30층 이상의 높이에서 단지 외부를 조망할 수 있는 스카이브리지가 시공될 예정이다. 잠실역 방면으로 롯데월드타워 및 잠실 일대를 조망할 수 있도록 지을 계획이다. 지난 8월에 건축심의를 통과했고 현재는 인허가가 진행중이다.

 

현대건설이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를 재건축해 선보이는 ‘디에이치 클래스트’에도 한강 조망이 가능한 스카이 브리지가 들어선다. 서울시가 도시계획위원회 수권소위원회에서 정비계획결정 변경안을 수정가결해 한강변 연접 아파트 주동에 스카이브리지를 짓고 기부채납 받아 시민에 개방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이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원베일리’도 스카이브리지 적용이 가능하도록 최근 건축심의변경안이 통과됐다. 건축심의변경안에는 단지 내 공공개방시설을 외부인이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서초구청 또는 사회적 기업에게 운영을 맡기는 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원베일리의 경우 스카이브리지 안에 커뮤니티 시설 조성은 어려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위화감 조성 등의 이유로 스카이브리지에 커뮤니티 시설을 만들지 말고 단순한 통로 역할로만 설계하라고 지시를 내려놓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신반포15차(래미안원펜타스)는 결국 스카이브리지 건축을 삭제했다. 서울시가 도시경관상 위압감을 준다고 지적하며 건축위원회 심의에서도 스카이브리지를 축소 또는 삭제할 것을 권고한 바 있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조합 측이 설계변경을 요청해 삭제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또, 미성크로바와 붙어있는 잠실진주아파트(재건축중)의 경우는 인근 올림픽공원의 ‘평화의문’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애초에 스카이브리지가 건축설계에서 빠졌다.

 

전문가들은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건축물에 대해 합리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리가 싱가포르를 다채로운 도시경관, 다양한 건물디자인을 가지고 잘 정비된 도시국가로 꼽듯이, 랜드마크는 도시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면서 “인근 경관을 깨뜨릴 정도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고급아파트에 대한 견제라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을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현재 경관 쪽 심의는 객관화된 기준없이 평가자의 주관에 상당 부분 달려있기 때문에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민경 기자 /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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