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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 더 나은 세상 추구하는 희망의 빛 돼야” [헤럴드디자인포럼2023]
202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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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디에베도 프란시스 케레 기조연설
건축계 노벨상 프리츠커상 수상자
기후변화 위기속 건축의 역할 강조
“건축·교육 통해 세상 바꾸고 싶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의 2022년 수상자 디에베도 프란시스 케레가 19일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에서 ‘Opportunities: Material and Place’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제 건축물이 인류사회가 더 나은 미래로 가는 영감의 매개체가 된다면 좋을 것 같아요. 더 많은 사람들이 문명사회에서 오는 편안함을 누릴 수 있도록, 그 빛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려고 합니다.”

부르키나파소 출신의 건축가 디에베도 프란시스 케레(58)는 1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3년 헤럴드 디자인포럼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기후변화 위기 속 건축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건축은 사람들이 마주하고 있는 여러 가지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수단이 돼야 한다”면서 특히 제3세계 국가에서의 건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케레는 아프리카 인·흑인 최초의 ‘프리츠커상’ 수상자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은 건축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프리츠커상 수상은 곧 건축계 거장 등극을 의미한다. 현지 특성에 맞는 다양한 건축물을 선보이면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케레는 목수가 되기 위해 간 독일에서 서른 살에 건축가로 길을 걷기 시작했고, 이후 고향인 부르키나파소 간도(Gando)의 초등학교와 베냉(Benin)의 국회의사당 건물을 선봬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건축가다.

기후변화 속 점점 나빠지는 환경 속에서, 그가 내놓은 건축물은 사람들의 피신처이자 쉼터가 되고 있다. 그가 내놓은 건축물은 현지에 있는 재료만을 활용해 건축되는 게 특징이다. 그의 작품 모두가 현지에서 나오는 재료를 활용해 지어진다.

케레는 “오랜 시간 튼튼한 내구도를 자랑하고 활용되기 위해서는 현지에서 나오는 풍부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면서 “이런 건축 방식은 단순히 개인적인 목표나 관심사로 끝나는 수준이 아니라 건축 분야 전반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에서 나오는 재료를 가지고 특색 있는 건축물과 작품을 만들었을 때, 작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것을 느낀다”면서 “내가 만든 작품을 보고 행복해 하는 사람들을 볼 때 행복감을 느끼고, 건축가로서 삶에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의 관심은 ‘사람’을 향해 있다. ‘건축을 통해 통해 사회를 바꾸는 것’이 그의 작품 중심에 서 있다. 그는 특별히 ‘공동체’라는 주제에 많은 관심을 쏟는다.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라도 사람들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굳은 신념을 갖고 있다. 그가 선보인 작품에도 이런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그가 건설하고 있는 베냉 공화국의 국회의사당 건물이다. 건물은 아프리카에 많은 ‘팔레버(Palaver) 나무’의 형상을 띠고 있다. 아프리카 현지 부족들이 팔레버 나무 아래에서 토론과 축제, 모임을 가지는 전통에 기반한 형태다. 최근 골조 작업을 마친 건물은 내년부터 시민들에게 개방될 예정이다.

케레는 “팔라버나무 아래는 아프리카의 부족 장로들이 모여서 회의를 나누던 전통적인 장소”라면서 “가장 현명한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 부족, 민족의 운명을 논의하던 팔라버나무를 상징으로 쓰면서 국회의사당 건물이 민주주의의 장이 돼야 한다는 지향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첫 번째 작품인 ‘간도초등학교’도 공동체에 초점을 맞추면서 탄생했다. 아이들의 ‘지적인 성장’과 공동체주의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케레는 “간도초등학교를 지을 때 마을 주민들을 설득해 학교를 함께 짓자고 하고 왜 학교가 필요한지 설명하고 모든 마을 주민들이 함께 건물을 지었다”면서 “건축물을 짓는 과정에서 내가 독일에서 받았던 공학을 직접 건축 결과물로 보여주면서 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교육은 사회적 존재로서 탄탄한 기초를 다질 수 있게 해주는 근간”이라면서 “건축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간도 지역에서 촌장이던 아버지가 나를 학교에 보내고, 읽고 쓰는 법을 배우게 시켰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 외에도 미국의 티펫 라이즈 아트 센터(Tippet Rise Art Centre)에 설치한 방문객용 파빌리온 ‘자일럼(Xylem)’, 지난 2010년 그가 부르키나파소에 지은 건축물 ‘간도 도서관(2010)’, 지난 2018년 모잠비크 테테의 벤가 리버사이드 학교에는 그가 설파하는 ‘교육의 중요성’이 담겨있다.

최근 케레는 노동자부터 대학원생까지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활발한 강연 활동을 벌이고 있다. ‘건축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철학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서다. 그 근저에는 교육이 세상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그는 “건축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간도 지역에서 촌장이던 아버지가 나를 학교에 보내고, 읽고 쓰는 법을 배우게 시켰기 때문”이라면서 “교육은 사회적 존재로서 탄탄한 기초를 다질 수 있게 해주는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서는 메시지를 광범위하게 확산시켜야 하는데, 건축가로서 구현할 수 있는 건물은 한정돼 있다”면서 “열심히 연단에 서고 강연을 하면서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메시지를 여러 사람에게 전파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또 세계 곳곳에서 여러 공공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케레는 “건축과 교육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김성우 기자 /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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