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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막 올리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새로운 시대 표현”
2022.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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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예술감독 선정 과정의 불공정 논란을 시작으로 해촉 논의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제59회 베네치아비엔날레 국제미술전 한국관이 마침내 문을 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최근 서울 아르코미술관 세미나실에서 오는 20일(현지시간) 오후 4시 30분 개막하는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 한국관 전시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최고 권위의 미술 축제 베네치아비엔날레는 본전시와 국가관 전시로 구성된다. 81개국이 참가하는 국가관 전시는 ‘미술 올림픽’으로도 불린다. 올해 한국관 전시는 미술평론가인 이영철 전 계원예대 교수가 예술감독을 맡고, 김윤철이 대표 작가로 참여한다.

 

이날 참석한 이영철 예술감독은 한국관의 전시 주제는 “팬데믹 혼한스러운 상황과 도래하는 시대를 표현”한 ‘나선(Gyre)’이라고 밝혔다.

 

한국관에선 김윤철의 신작 3점을 포함, 총 7점이 소개된다. 작가는 마치 살아 호흡하고 움직이는 것 같은 작품을 통해 사물, 자연,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를 재조명한다. 전시는 ‘부풀은 태양’, ‘신경(신이 다니는 길)’, ‘거대한 바깥’ 등 세 가지 소주제로 나뉜다.

 

김윤철 작가는 “나선이라는 것이 단지 기하학적 형태의 나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원은 완결된 회복선이지만, 나선은 열려서 어딘가로 나아간다. 시간과 공간 에너지가 뭉쳐있는 것이 나선이라는 점에서 그것을 주제로 삼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과 사의 무한한 순환 속에서 세계와 물질은 끊임없이 소용돌이친다. 나선은 비물질과 물질적 현실을 포용하며 미로로서의 세계를 탐험하게 한다”며 “기본적으로 계속 유동하고 흐르는 것, 변화하는 것, 에너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에너지, 물질, 생명, 우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스며드는 한국관 전시의 중심주제다”라고 말했다.

 

이영철 예술감독은 “김윤철 작가의 작품을 처음 보면 전문가들도 이해하지 못하고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며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과 예술의 선입견을 뒤바꾸는 능력을 가졌다”고 말했다.

 

전시는 입구에서부터 압도적 위압감을 주는 설치 작품이 들어간다. 김 작가는 “거꾸로 매달린 나무의 형상을 한 ‘충동(Impulse)’은 나무들이 수액을 전달하는 이미지를 하고있다”며 “27개의 방사형 구조로 구성된 펌프의 움직임을 통해 200m의 미세한 튜브들 사이로 베니스의 바닷물을 순환시킨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관이 기존 전시와 다른 점은 공간 역시 작품의 일부가 된다는 점이다. 이 예술감독은 “한국관 건물의 천장을 뚫고 원형 구조가 드러나게 해 작품을 설치했다”며 “한국관 자체가 유기적인 작품이 돼 기존 작품과 함께 살아움직이도록 연출하며 기존 한국관과는 다른 모습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 한국관 전시 준비 과정은 유례없는 사태들로 혼선을 빚었다. 지난해 예술감독 선정부터 불공정 논란이 일어 재심사가 이뤄졌다. 이영철 예술감독으로 선정된 이후에도 갈등이 컸다. 제작비 미지급 등으로 감독과 김윤청 작가 사이의 갈등이 있었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진정이 접수돼 해촉이 논의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전시를 앞두고 있지만, 갈등은 봉합되지 않은 채 덮어둔 상황이다. 감독과 작가는 지난 준비 기간 보고 느낀 한국관 운영의 구조적 문제와 엇갈린 입장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 예술감독은 “한국관의 운영방식을 잘 몰랐다. 기획자가 커미셔너가 아닌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커미셔너로 많은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었다”며 “예산과 집행과정에 대해 감독이 일방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과정에서 작가가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나는 갑이 아니고 을인 입장”이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김 작가는 “감독님이 처음 꾸린 전문적이지 않은 사무국의 문제, 전시를 진행하기 위한 절차 등 그동안 많은 문제가 있었고 정리되지 않았지만 전시를 올려야 했다”며 “감독이 을이면 우리는 ‘병’, ‘정’도 못된다”고 말했다. 다만 “예술감독님이 사과를 했고, 우리는 임무 완수가 첫번째인 상황에서 좋은 전시를 올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작가는 “국가 기관과 예술감독, 창작자 사이의 충돌과 일련의 논란을 계기로 예술인들이 보호받을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은 4월 23일부터 11월 27일까지 이탈리아 베네치아 카스텔로 자르디니공원과 아르세날레 전시장 등에서 개최된다. 공식 개막에 앞서 프리뷰 전시가 20일 시작된다.

 

고승희 기자 /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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