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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흐름 ‘단색화’…역사가 이어온 ‘채색화’
202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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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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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색화는 지금 국내 미술계를 주도하는 주요 흐름이고, 채색화는 수천 년 역사 속에서 이어온 큰 줄기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역사와 현재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국내 미술계의 단색화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선승 법관, 한국 채색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한국 채색화의 흐름-참(眞) 색과 참 빛이 흐르는 고을(晉州)’이다.

 

▶ 긋고 또 긋는다…법관 “그림이 곧 수행”=하루 24시간 중 15~20시간. 가만히 선을 긋는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획 하나에 숨의 깊이와 시간의 길이를 더한다. 긋고 또 긋는 행위는 작가에겐 수행이자 삶이며, 종교다. 40여년 수행에 정진해온 승려 작가 법관이다.

 

선을 긋는 행위를 통해 승려의 마음을 화면에 담아온 법관의 개인전 ‘선禪 2002’가 서울 종로 소격동의 학고재(5월 1일까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선 법관이 지난해와 올해 제작한 ‘선’ 연작 42점이 걸렸다. 직접 빚은 다완과 족자 그림도 나왔다.

 

법관은 약 30년 전부터 선화(禪畵) 작업을 이어왔다. ‘선화’는 부처의 정신과 화두가 담긴 선종미술의 형태를 말한다. 최근 학고재에서 만난 작가는 “선은 나를 찾아가는 길이고, 있는 그대로 나를 보는 것”이라며 “내게는 그림이 나를 찾아가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수없이 겹친 선의 움직임과 이야기는 결과물이지만, 화면을 마주하면 수행자의 고된 길을 만나게 된다. 법관이 그림을 그리는 과정 역시 그랬다. 그는 “처음엔 그림이 혼돈스러웠지만 점차 나를 찾고 그림도 순화됐다”며 “군더더기를 그림에서, 나 자신에게서 떨쳐내는 것이 수행 과정과 비슷하다”고 했다. 화면을 가득 메운 무수히 많은 선들은 승려 작가인 법관의 수행의 결과이자, 마음을 정진하며 얻은 고귀한 정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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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재 관계자는 “법관은 사물을 유심히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대상 고유의 아름다움을 끌어내고자 하는 오랜 버릇이다”라며 “사물의 균형을 해치지 않으며, 존재하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불가의 가르침의 일환이다. 이러한 점은 작가의 작업세계에서도 드러난다”고 말했다.

 

전시에선 법관의 ‘선’ 연작을 조명한다. 그의 작품은 청색, 적색, 황색, 흑색 등 한국 전통 단색이 주를 이룬다. 사용하는 색채 역시 작가의 마음과 깊은 관계를 맺는다. “내면에 존재하는 정신성을 반영”한다는 것이 갤러리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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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채색화의 맥락을 살핀다=예로부터 ‘남진주 북평양’이라고 했다. 천년 도시 진주는 평양과 함께 남쪽을 대표하는 예술의 고장이었다. 이곳에서 한국 채색화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참(晉) 빛과 참(眞) 색이 흐르는 고을(州)’이라는 부제를 단 ‘한국 채색화의 흐름’(6월 19일까지. 국립진주박물관과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은 찬란한 한반도에서 꽃피운 채색화를 들여다 본다. 전시가 선보이는 작품이 다채롭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리움미술관, 가나문화재단 등 14개 기관과 미술관, 개인소장가 작품이 72점 걸린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이원복 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등 미술계 전문가 10여 명이 의기투합하자, 보기 드문 전시가 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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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시대를 아우른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고구려 고분벽화를 시작으로 한국의 화려하고 장엄한 채색화의 원류를 살펴보고, 그 맥을 이어온 고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작품, 근현대를 망라하는 채색 화가들을 통해 한국 채색화의 맥락을 정리한다”고 말했다.

 

고려 공민왕의 ‘천산대렵도’, 조선의 김홍도 신윤복의 채색화부터 장우성 김기창 천경자 박노수 등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전시 중엔 리움이 소장한 이후 세상 밖으로 나온 적 없는 19세기 민화 ‘일월부상도’를 주목할 만하다. 조선의 논개와 춘향, 아랑의 초상을 통해 당대 여성들의 삶도 반추해볼 수 있다.

 

고승희 기자 /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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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재,단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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