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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에 걸린 대리석…벽 타고 흐르는 나무의 비밀은
2022.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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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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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건물 로비를 지나다 보면 ‘저 무거운 대리석을 어떻게 저 높은 벽에 붙였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또 스타벅스 천장에서 벽면으로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흐르는 나무 패널을 보면 ‘어떻게 저 얇은 나무를 부러뜨리지 않고 휘게 했을까’라는 호기심도 생긴다.

 

정답은 컬러강판에 있다. 한마디로 우리가 대리석이나 나무로 알았던 소재가 철로 만든 강판에 그린 하나의 ‘그림’이었다. 디자인의 힘으로 가장 인공적인 소재로 여겨지는 쇠 표면 위에 나무와 돌과 같은 자연 소재를 덧입히고, 사람의 창의력이 듬뿍 담긴 그림까지 새겨넣은 것이다.

 

포스코그룹 내 강판 전문 제조사 포스코스틸리온은 컬러강판 통합 브랜드 ‘인피넬리(INFILNeLI)’를 통해 생활 공간을 더 아름답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아름다운 공간을 빠르게, 쉽게, 안전하게=저마다 사는 집과 그 안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에 개성을 담으려다 보니 표면 재질도 자신이 원하는 색과 무늬를 새기고 싶어 한다. 건물 벽면에 진짜 대리석을 매달고 나무를 얇게 켜서 바르려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작업도 위험하다.

 

박승호 포스코스틸리온 신수요개발섹션 리더는 이런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컬러강판이라고 말한다. 그는 “어렵게 시공하더라도 돌은 외부 충격에 쉽게 깨지고 나무는 여름에는 팽창하고 겨울에는 수축하면서 뒤틀어져 오래 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테리어 필름을 바르자니 한눈에 봐도 가짜인 게 너무 티가 나는 데다 열을 가하면 금방 녹아버려 단단하면서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강판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컬러강판의 장점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유연성’이다. 잉크젯 프린팅 방식으로 어떤 무늬도 인쇄할 수 있어 다양한 재질감을 표현할 수 있다. 고무 롤에 음각으로 판 무늬 안에 유성잉크를 채워 넣고 이것을 철판에 밀어내면 나무의 오돌토돌한 결과 옹이 무늬까지 살릴 수 있다. 롤 포밍 기법을 사용해 길이에 무관하게 연속된 무늬를 찍어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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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스타벅스 김해진영DT점과 국립수목원 내 어린이 환경생태교육을 위한 교실 ‘숲이오래’에 시공된 나무 무늬의 외벽과 내장재다. 카운터 위로 목재와 나무 무늬 컬러프린트강판이 혼용된 데크는 자석을 대어 보지 않는 한 어디가 목재고, 어디가 강판인지 구별하기 힘들다.

 

게다가 무늬가 새겨진 강판을 얇게 뽑아내면 원하는 모양으로 가공하기도 쉽다. 대리석이라면 4명이 간신히 들만한 면적의 내장재도 컬러강판으로 만들면 2명이 들고 이동할 수 있다. 인건비를 줄이는 동시에 건설 공기를 단축해 작업자의 안전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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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리더는 “최근에는 일부 아파트 단지들이 이런 장점에 주목해 컬러강판으로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개포우성9차 아파트를 리모델링한 개포 더샵 트리에가 대표적이다.

 

그는 “컬러강판을 사용하면 대형 빌딩과 같은 느낌을 주는 ‘커튼 월 룩(Curtain Wall Look)’ 을 손쉽게 적용할 수 있어 자산가치 상승에도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주기적으로 페인트를 다시 칠하지 않아도 돼 장기적으로 유지 보수 비용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강판 디자인의 기본은 ‘톤 앤 매너’=포스코스틸리온 컬러강판 디자인을 총괄하는 김정식 디자인섹션 리더는 “강판 디자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톤 앤 매너(Tone & Manner)’를 조화롭게 맞추는 것”이라고 했다. ‘톤 앤 매너’는 색감이나 색상의 분위기, 표현법에 대한 전반적인 방법론을 의미한다.

 

김 리더는 “건축물 자체에 대한 콘셉트를 해치지 않으면서 오브제로 역할에 충실하거나 철강 소재의 특성을 활용해 전체 콘셉트를 보완해 주는 것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아파트 복도에 설치된 소화전이 보통 주변 벽과는 전혀 동떨어진 색으로 칠해지거나 툭 튀어나온 경우가 많았지만, 벽에 칠해질 패턴을 컬러강판에 인쇄해 소화전을 만들면 전체 건물이 깔끔해지는 식이다.

 

컬러 강판의 대부분이 무늬를 새기거나 저작권이 있는 그림을 인쇄하다 보니 강판 디자이너가 패턴을 ‘0’에서부터 창조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최근에는 3D 스캐너를 통해 나무나 돌의 무늬뿐 아니라 질감까지 스캔해 데이터화할 수 있어 패턴을 그리는 일도 어렵지 않다. 김 리더는 “강판이 쓰일 공간의 분위기를 고려해 채도나 명암을 결정하고 선별해 수요층에 제시하는 작업이 디자이너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했다.

 

▶컬러강판이 만드는 따뜻한 관계=차갑디차가운 철로 만든 강판이지만, 그 위에 하나의 그림이 그려지기까지는 디자이너의 치열한 고민이 담긴다. 디자이너는 그 강판이 쓰일 공간이나 제품이 어떤 문화적 환경에 있는지, 또 어떤 개인사를 겪은 사람과 만날지를 염두에 둔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디자인 가전도 마찬가지다. 국내 가전업계는 최근 컬러 마케팅의 일환으로 소비자가 직접 색상을 조합해 디자인을 완성하는 맞춤형 가전제품을 내놓고 있다. 강판 디자이너는 가전업체의 CMF(컬러·매트리얼·피니쉬) 디자인팀과 협업해 최근 선호도가 높은 컬러와 무늬를 만들어 낸다.

 

그런데 중국 이후 최대 신흥시장으로 떠오른 인도로 가면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 파스텔톤이나 무채색이 인기인 국내와 달리 인도에서는 파란색이나 와인색과 같이 채도가 높은 바탕에 화려한 꽃무늬가 새겨진 가전제품이 인기다. 파란색은 카스트 제도의 최상층인 브라만을 의미하고, 꽃무늬는 종교적 의미를 담고 있어 이를 반영한 디자인 개발에 치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컬러 강판 디자인은 적용될 공간이나 제품이 어떤 사람과 만나느냐를 고려해야 한다. 산불 이재민이 거주하는 강원도 고성군 행복주택 외벽은 어르신들의 건강과 부귀를 기원하는 만자회문과 황금색 바탕색이 적용됐다. [포스코 제공]

강원도 고성군의 행복주택 ‘햇살마루’의 2~4층 외벽에는 황금 들녘을 상징하는 황금색 컬러강판 위에 만자회문(卍字回紋)이 새겨져 있다. 사실 이곳에서 거주할 어르신들은 2019년 인근 지역을 휩쓸고 지나간 대형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었다. 건축가는 어르신들의 장수와 부귀를 기원하는 디자인을 원했다. 포스코스틸리온은 건축가의 기원이 담긴 디자인을 인피넬리 제품을 통해 구현했다.

 

김 리더는 “산불에 고통받는 어르신들에게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제공하는데 인피넬리의 디자인이 한몫했다는 점에서 디자이너로서 뿌듯함을 느낀 순간”이라고 전했다. 

 

원호연 기자 /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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