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유현준(왼쪽)과 디에베도 프란시스 케레(가운데), 리나 고트메가 지난 1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의 스페셜 토크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임세준 기자 |
공존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분열의 시대, 건축은 공존으로 가는 또 하나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 헤럴드디자인포럼2023은 건축가와 함께하는 스페셜토크를 통해 ‘또 다른 시선, 새로운 공존’이라는 주제를 들여다보았다. 이번 포럼의 스페셜토크에는 유현준건축사사무소 대표인 유현준 홍익대 교수가 모더레이터로 나섰고 세계적인 건축가인 디에베도 프란시스 케레, 리나 고트메가 패널로 참여했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2023에서 유현준 대표는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케레, 고트메에게 ‘새로운 공존’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두 건축가는 모두 유년기를 추억하며 새로운 공존에 대해 정의를 내렸다.
케레는 “저는 레바논에서 자랐고 베이루트라는 도시는 오랫동안 전쟁을 겪었다”면서 “수십 년 동안 여러 가지 분파, 종교 집단으로 나뉘어 공존을 거부하면서 전쟁이 있었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 전투가 있었는데 어떻게 이것이 지구 환경 그리고 도시를 망가뜨리는지를 직접 경험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같은 성장 과정에서 ‘공간과 건축을 통해 사람들의 화합을 이룰 수 없을까’를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간을 비폭력적으로 만들기 위한 공간의 역할과 상호 존중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도 고민했다는 설명이다. 케레는 “서로를 돌보는 건축, 환경을 돌보는 건축이 새로운 공존을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트메 역시 지역사회가 도시와 농촌으로 분열된 환경에서 자랐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부분의 인프라나 자원은 도시에 몰려있고 일자리도 도시에 제공될 기회가 많기 때문에 부모들은 도시로 가라고 격려를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고트메는 굳이 도시를 가지 않고도 같이 공동발전을 할 수 있는 방향을 생각했다. 그는 “교량을 세워 굳이 농촌이나 외딴 지역에서 도시로 꼭 가지 않아도, 태어난 지역에서 계속 지낼 수 있도록 공존, 공동 개발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도시는 물론 많은 사람들을 유치하지만 의사결정자에게 골칫덩어리 같은 난제들도 주기 때문”이라고 발언했다.
한국에서 진행할 수 있는 디자인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유 대표는 “한국사회도 굉장히 분열돼있어 공존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건축을 진행한다면 어떤 디자인을 제시하고 싶은가”라고 질문했다.
두 건축가는 모두 ‘파트너십이 중요하다’며 입을 모았다. 고트메는 “어떤 특정 프로젝트를 원한다라기보다는 파트너십이 중요할 것 같다”며 “비슷한 수준의 야심을 지닌 공동체를 찾아 그들의 과거와 연결고리를 발견하고, 이를 미래 건축물로 담아 우리 환경과 다시 연결될 수 있는 그러한 야심을 가진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도 돌담길’을 흥미롭고 영감이 되는 아이디어로 꼽았다. 화강암으로 구성된 돌담길은 수백 년 전 여러 농경 방식과 화합을 이루기 위해 만들어졌고, 돌담길을 통해 환풍이 이루어지면서 농업 환경이 개선이 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고트메는 “주변 환경에 대한 지식을 평화롭게 건축물을 통해 담아내면서 이것이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어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디.
케레도 같은 질문에 “우선 파트너를 찾고 구조물을 함께 구상할 것”이라며 “한자리에 모여서 어떠한 재료 어떠한 방법으로 뭔가 새로운 장소를 창조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모든 주민들이 가족과 자연과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케레는 “한국은 대부분의 건축물이 고층 건물이다. 자원이나 재료가 없는 사람들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뭔가 판타지를 더 적용해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고 그리고 또 건축 자재 같은 것도 굳이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것들을 사용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유 대표는 제2, 제3의 문화권에서 교육받고 일한 이들 건축가들이 새로운 문화에 어떻게 적응했는지에 대한 질문도 이어갔다. 케레는 “저는 호기심이 정말 많고, 호기심 자체가 근본적인 토대라고 생각한다”면서 “차별화는 호기심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고, 긍정적인 인풋과 아웃풋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요소라고 본다”며 호기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고트메는 여러 장소에 가보는 것을 꼽았다. 그는 “여러 장소에 가면 내가 태어난 곳을 잘 이해를 하고 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스페셜토크 이후에는 참가자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포럼에 참석한 한 디자이너는 비대면으로는 들을 수 없는 건축가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요청했고, 이날 다른 세션의 연사로 나선 프란체스코 샨니 디자이너도 질문자로 나서 각국마다 다른 건축 규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한 대학생 건축학도는 디자인과 관련, 건축가들이 일상에서 사고하는 방식을 물었다. 고트메는 “제일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우리가 작업하는 공간과 장소의 목소리를 듣고 역사를 봐야한다”며 “현장을 잘 관찰하고 비평적인 분석 능력도 키워야 한다”고 답했다. 케레는 “일단 기회가 오면 잡는다는 생각을 해야한다”며 “무엇이든 용기를 가지고 도전해보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자연 기자 / nature68@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