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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공생하는 건축, 인류의 유일한 생존법” [헤럴드디자인포럼2023]
202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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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리나 고트메 강연
과거발굴 학자 방식 ‘미래의 고고학’
인류 역사 함축된 자재 ‘석재’ 관심
제주 돌담길 ‘열린 경계’ 평화 상징
건축가 리나 고트메 (Lina Ghotmeh)가 19일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에서 ‘Living in Symbiosis-an Archeology of the Future’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자연과의 공생(coexistence)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구와 자연은 몰라도 인류는 살아남지 못합니다. 생태계와의 공생을 위해 하는 모든 노력들은 인류가 더 천천히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레바논 출신의 건축가이자 교수인 프랑스 리나 고트메 건축스튜디오 설립자인 리나 고트메(Lina Ghotmeh)는 1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2023에서 ‘공생 속에서 살기-미래의 고고학(Living in Symbiosis-an Archeology of the Future)’이라는 주제로 청중을 만났다.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1980년 태어난 리나 고트메는 프랑스 DGT 건축스튜디오와 합작한 에스토니아 국립박물관을 비롯하여 2021년 데젠 어워드 수상작인 베이루트의 ‘스톤 가든(Stone Garden)’을 설계했다. 올해 6월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 프로젝트에서 그가 공개한 목재 우산 형상 파빌리온 ‘아 타블르(A Table)’는 지속가능한 환경 속 인간의 조화를 표현해 세계 건축계의 관심을 받았다.

이날 오전 세션 두 번째 연사로 무대에 선 리나 고트메는 자연과 공생하기 위한 방법으로 ‘미래의 고고학’이라는 접근법을 소개했다. ‘미래의 고고학’은 장소와 관련된 과거 흔적를 고리 삼아 인간과 자연을 연결시키는 그의 건축 철학이다. 리나 고트메는 “이것은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과거를 발굴하는 고고학자와 같은 방식”이라며 “관찰을 통해 자연과 공생하는 창작물이 탄생하면 장소에 대한 기억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자신이 설계한 프랑스 노르망디의 아뜰리에 에르메스 공방을 예로 들었다. 저탄소 공법의 에너지 절약형 공간인 이곳은 과거의 일(가죽 작업)을 현재와 미래에도 지속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는 “현장 공사 전 발굴에서 초기 구석기 시대의 부싯돌 도구와 말의 턱뼈들도 발견됐는데 이는 부지의 역사가 ‘에르메스’라는 브랜드와도 이어지는 고리 역할도 했다”면서 “작은 벽돌들과 정원의 완만한 높낮이, 우아한 아치를 통해 과거 말의 궤적까지 연상시킬 수 있는 풍경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생을 지향하는 건축이 인간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믿는다. 리나 고트메는 “우리는 과거를 통해 미래를 어떻게 적용할지를 배운다”면서 “이런 접근 방식을 통해 인간은 어떤 생태계를 구성하고 다양화할지 배울 수 있고, 그것이 인류가 이 지구에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리나 고트메의 작품이자 주거형 공간인 베이루트의 ‘스톤 가든’에서는 ‘미래의 고고학’이라는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스톤 가든’을 통해 레바논 전쟁 경험세대로서 바라본 분쟁의 역사, 상처 입은 풍경과 같은 과거의 흔적을 현재 도시에 정착시켰다. 질서정연한 창문과 손을 이용해 직접 기후에 맞춘 외장(外裝)을 만든 과정에는 공예의 힘과 손이 가진 힘을 강조하는 그의 관점이 담겨있다.

공생을 중시하는 리나 고트메가 주목하는 원재료는 석재(石材)다. ‘스톤가든’에도 활용된 석재는 레바논의 고전 건축물에서 자주 발견되는 자재이다. 그가 석재에 주목하는 이유는 자연으로부터 비롯된 재사용이 가능하며 생태학적인 재료라는 특성, 선조들 또한 사용했던 ‘오래된’ 재료라는 점에 있다. 리나 고트메는 석재에 대해 ‘인류의 역사가 함축된 자재’라고 표현했다.

산지가 많은 레바논에서 자란 리나 고트메는 한국의 석재에도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는 인상 깊은 한국 건축물로 제주 돌담길을 꼽았다. 그는 “제주 돌담길은 농경 사회에서 땅을 구획 짓던 역할을 하면서도 동시에 바람을 막아줬다”면서 “경계를 설정하지만 경계가 열려 있었던(border-less) 농업과 문화 사이의 평화를 상징하는 자재”라고 바라봤다.

리나 고트메는 석재에 대한 이 같은 관심을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석재 연구를 담당하는 프랑스 에르메스 재단 운영 ‘스킬 아카데미’의 교육 디렉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전문가로 구성된 아카데미 데 사브르-페어에서 그는 석재의 역사, 재료적 품질, 사용방식에 대한 마스터 클래스와 컨퍼런스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그는 “환경(과거)에 귀 기울인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상상하며 도시와 조상의 기억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서울과 레바논의 베이루트를 예를 들며 “두 도시는 모두 활기차고 역동차다”면서 “각각의 역사에 따른 서로 다른 도시 개발의 과제와 기회가 있는데 건축을 통해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리나 고트메는 건축의 방향성에 대해 책임감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는 “건축은 우리가 세계와 어떻게 물리적인 관계를 맺을지 드러내는 행동양식”이라며 “자연과 공생하는 방식으로 인류는 편견 없는 나은 사회, 평화가 있는 세상에 더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희량 기자 /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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