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축제는 거칠 것이 없어라.”
1977년 백남준은 마흔다섯 번째 생일을 앞두고 이 제목의 글과 음반을 발표했다. ‘미디어아트 거장’ 백남준 탄생 90주년을 맞는 2022년은 ‘백남준처럼’, ‘백남준답게’ 축제가 이어진다. 올 한 해 백남준을 기리는 축제와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는 풍성한 상 차림을 준비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백남준의 비디오 서재’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백남준의 비디오 아카이브를 소장하고 있는 백남준아트센터가 2021년 스마트 미술관 사업을 통해 구축한 것이 바로 ‘백남준의 비디오 서재’다. 지난 달 29일 백남준의 추모 14주기에 맞춰 공개된 ‘비디오 서재’엔 700점 내외의 영상들이 꾸준히 올라갈 예정이다.
박상애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연구실장은 “‘비디오서재’에선 싱글채널 비디오와 다양한 방송 클립, 퍼포먼스와 전시의 기록 영상, 비디오 조각과 설치의 소스를 볼 수 있다”며 “모두가 익히 알고 있지만, 잘 몰랐던 인간적인 백남준의 모습, 보다 친근한 백남준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들이다”라고 말했다. 미디어아트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예술가의 작업 과정, 기존의 틀을 깬 과감한 시도들을 여러 편의 영화처럼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선 일 년 내내 백남준의 예술적 도전을 만날 수 있다. 그 중 3월과 7월에 특별한 만남이 기다린다. 3월부터 6월까진 백남준이 직접 그린 악보 ‘20개의 방을 위한 교향곡’(1961)을 국내 최초로 시연하는 전시가 열린다. 고인의 생전에 연주되지 못한 이 곡을 국내 예술가들을 연주자로 초청해 전시 형태로 선보인다.
백남준의 생일인 7월 20일에는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 ‘나의 축제는 거칠 것이 없어라’를 시작한다. 김성은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90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백남준을 ‘나의 축제는 거칠 것이 없어라’라고 선언했던 끝없는 긍정의 모습으로 기억하고자 한다”며 “거칠 것 없는 백남준의 축제는 연극, 실험음악, 퍼포먼스를 비롯해 비디오 월, 멀티 비디오 프로젝션, 레이저 설치 등과 같이 무한히 확장하는 새로운 차원의 시공간으로 표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우 황석정은 1인극 ‘여기, 있다’(7월 20~24일, 백남준아트센터)로 백남준의 예술적 동지였던 첼리스트 샬럿 무어먼의 삶과 예술에 대한 열정이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을 탐색한다. 또 백남준의 실험정신을 새롭게 바라보는 실험음악과 인디밴드의 공연, 퍼포먼스 등도 이어진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선 11월부터 ‘백남준 탄생 90주년 기념전–서울 랩소디’ 전시가 열린다. 이 전시에선 백남준의 글쓰기에 주목해 그의 미디어아트에 담긴 시적 속성을 들여다본다.
‘백남준 탄생 90주년 기념전- 서울랩소디’는 서울시립미술관과 백남준아트센터가 협력한 전시다. 미술관 측은 “미디어를 통해 우연적이고 비선형적으로 정보와 사람들을 연결하고 그 구조를 함축적으로 제시하는 글과 작품을 집중적으로 보여중 예정이다”라며 “이를 통해 백남준 특유의 상호작용성과 비선형성, 비결정적 사유와 다매체적 특성들을 본격적으로 조명, 현대시와 연결되는 백남준의 새로운 면모를 살펴보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백남준의 기록들은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달 초 개관한 울산시립미술관은 백남준 대표작 ‘거북’(1993)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1994) 등을 선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이곳의 상징이자 백남준의 대표작 중 하나인 ‘다다익선’의 전원을 다시 켰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1003개의 텔레비전을 쌓아 만든 ‘다다익선’은 노후화로 수명을 다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다다익선’ 재가동을 위한 보존 처리 작업을 진행, 상반기 시범가동을 시작해 하반기에 재점등식을 진행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이와 함께 오는 6월엔 ‘백남준 아카이브’, 11월 ‘백남준 효과’ 전시도 연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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