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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로 구현한 감성…‘꿈의 세계’ 풀어낸 미디어아트
20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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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더 컬러 스팟: 꿈속의 자연’ 미디어아트展

12명작가 ‘꿈 이야기’ 15개 공간 통해 구현

MZ세대 관람객들 위해 쉽고 평이한 구성

“지친 현대인의 마음 다독여주는 전시”

 

 

어두운 벽을 향해 손전등을 비추면, ‘도시의 밤’이 모습을 드러낸다. 크고 작은 저마다의 보금자리에 불이 켜지고, 창문 너머 고개를 내민 ‘낯선 존재’와 마주한다. ‘나’이기도 하고, ‘타자(他者)’이기도 한 미지의 존재는 우리를 잠시 현실에서 떼어 놓는다.

 

“사방이 막힌 블록들이 놓여 있고, 불빛을 비춰 그림자를 보면 그 안에 그림자 사람이 살고 있어요. 나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일 수도 있는 그림자를 통해 눈으로는 보지 못하는 상상력과 만난 차원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문준용)

 

‘대통령 아들’로 더 유명한 미디어아트 작가 문준용이 2010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그림자 증강현실’의 연작인 ‘헬로 섀도!(Hello Shadow!)’다. 미디어아트 전시 ‘더 컬러 스팟(The Color Spot) : 꿈속의 자연’(9월 30일까지, 홍대 와이즈파크) 전시에 참여하고 있는 문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메시지를 담은 어려운 예술이 아닌 놀이 같은 공간으로 선보였다”고 말했다.

 

소망, 환상, 악몽, 현실 너머의 세계…. 문준용을 비롯한 12명의 작가들은 각자의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 ‘꿈’ 이야기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박선호 훌리악 대표는 “자연 속에서 자신의 꿈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공간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꿈과 현실의 경계를 살아가는 우리를 응원하기 위해 구성했다. 꿈속의 자연을 주제로 한 서정적 내러티브는 지친 현대인의 마음을 다독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꿈을 찾는 사람, 꿈을 잃어가는 사람, 꿈을 꾸지 않는 사람 등 꿈과 꿈의 주체에 대한 관점이 15개의 작품 공간을 통해 미디어아트로 구현됐다. 공간의 숫자는 많지만, 기획의도와는 달리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직관적 주제의식이 빈약하고, 일부 작품에선 ‘꿈’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와닿지 않아 아쉽다. 전체 방향성과 무관하게 참여 작가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인상도 준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최근 전시를 많이 즐기고 있는 세대인 20대의 MZ세대 관람객들이 좀 더 쉽게 전시 주제에 진입하길 바래서 평이한 구성을 택했다”며 “전시 공간 안에서 아주 짧은 글을 읽고도 전시를 이해할 수 있고,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려 좀 더 쉽게 풀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파도(Wave)’로 유명한 코엑스 옥외 대형 전광판의 미디어아트 작업에 참여했던 성립은 전시의 출발점이다. ‘나의 숲’이라고 이름 붙인 공간에서 벽면 가득 작품을 채웠다. 가느다란 나무들이 허공을 떠돌듯 벽면으로 등장했다 사라지고, 화면은 뒤집히며 전혀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나무는 깊이 뿌리 내려 제자리를 오랜 기간 지키는 존재인데, ‘나의 숲’의 나무들은 뿌리가 없이 공중에 떠있어요. 자유롭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산발적인 흩어짐을 담았습니다. 현실에는 없는 모습에 스스로를 대입해 자유로움을 꿈꾸는 공간으로 구성했어요.” 작품은 실재하는 현실이 아닌 상상의 세계이면서, 깊은 잠의 세계에서 만나는 꿈속의 한 장면이기도 하다. 성립은 “사람들이 걸어 들어가는 장면은 꿈속으로 들어가거나 잠이 드는 모습”이라고 했다.

 

이태원 ‘구찌가옥’에서 미디어 월 프로젝트에 참여한 토니 림은 ‘다시, 꿈’이라는 이름의 공간에서 ‘유로파 랜딩 미션(Europa Landing Mission)’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토니 림 작가가 어린시절부터 꾸던 꿈이 출발점이 됐다. 유로파 행성으로 연착륙한 외계 생명체에 대한 상상이 태초의 씨앗이 됐다. 작품에 설치된 카메라는 그 앞에 선 관람객의 모습을 영상 안으로 구현한다. ‘나’이지만, 나와는 구분을 짓게 되는 낯선 형체는 우리 모두를 새로운 행성으로 연착륙한 외계 생명체로 만든다.

 

“제 작품의 모든 근간은 꿈에서 나와요. 어릴 때부터 이상할 정도로 반복해서 꾸던 꿈이 있었어요. 유로파 행성을 발견하고 그 안에 외계인이 살 확률이 높다는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꾼 꿈이었어요. 꿈속에서 그로테스크한 해저 생물들을 조우하면서 느낀 막연하고 아득한 감정을 확장해 사이버테크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기술은 작가의 체험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도구가 됐다. 성립은 “여기에 나만의 컬러들을 사용해 직관적으로 아이처럼 체험하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공간을 관람한 뒤 마주하는 ‘나의 그림자’(문준용 작가) 공간의 배치는 색감, 표현방식의 대비가 극명해 관람의 재미가 있다. 손전등에 의지한 빛을 통해 구현된 그림자 세계는 발을 옮긴 관람객을 익숙하면서도 낯선 세계로 이끈다. 공간 안에 구현된 도시의 밤, 그 안에 자리한 그림자 인간은 조용히 말을 걸고, 마음을 두드린다. 저마다의 상황과 감정에 따라 외로움을 느낄 수도, 따뜻함을 느낄 수도 있다. 누군가는 존재의 의미와 이유를 묻고, 수없이 흘려보낸 어떤 하루를 떠올릴지 모른다. 기술이 구현할 수 있는 가장 ‘감성적인 증강현실’이다.

 

“기능적이고 기술적인 증강현실이 그림자를 통해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공간을 만들게 했어요. 그림자의 속성으로 인해 따뜻하고 시적인 증강현실이 됐다고 봐요. ‘헬로 섀도’에선 꿈 중에서도 판타지를 다뤘어요. 이 작품 속 그림자는 환상, 상상이에요. 그림자로 상상을 실현하니 설득력을 가지게 됐다고 생각해요. 저마다 바라보는 그림자의 상상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http://biz.heraldcorp.com/view.php?ud=2022022400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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