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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올 앤 아이>, 크리스찬 디올을 알아가는 시간
2017.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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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영화 <디올 앤 아이>, 크리스찬 디올을 알아가는 시간

By 홍연진 (스토리텔러)

2012년, 미니멀리스트이자 남성복 전문 디자이너였던 라프 시몬스가 크리스찬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받자 패션계는 들썩였다. 항상 여성적인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실루엣과 형태로 그것을 표현해냈던 디올과는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라프 시몬스에게 첫 오뜨 꾸뛰르 컬렉션까지 주어진 시간은 단 8주였다. 전 수석 디자이너였던 존 갈리아노의 공석을 급하게 메운 것이기 때문이다. 장인들이 모인 아뜰리에와의 협업과 디올의 유산에 현대적으로 접근하겠다는 과제를 동시에 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크리스찬 디올 2012년 F/W 오뜨꾸뛰르의 막이 열렸다. 이 열정적인 노력과 시간은 영화 <디올 앤 아이>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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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영화 “디올 앤 아이” 스틸 이미지>

영화 <디올 앤 아이>는 다큐멘터리로 갓 수석 디자이너에 임명된 라프 시몬스와 디올 아뜰리에의 스태프들이 가진 패션에 대한 집념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독특했던 점은 중간 중간에 크리스찬 디올의 디자인 철학이 흑백 처리되어 나오는 장면이었다. 라프 시몬스뿐만 아니라 크리스찬 디올이라는 브랜드의 정체성과 아뜰리에 스태프들에게도 많은 관심이 갔다. 영화가 끝난 후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 크리스찬 디올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해졌다. 

1. “나의 꿈은 여성들을 더 행복하고, 더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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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구글 이미지>

크리스찬 디올은 여성들에게 제2차 세계대전동안 누리지 못했던 여성성과 우아함이 주는 즐거움을 되찾아주고자 했다. “나의 꿈은 여성들을 더 아름답고,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비전은 ‘뉴룩(New Look)’이라 불리면서 복식사에 있어 혁명으로 자리 잡았다. 남다른 우아함과 여성미의 절정을 보여주는 디올의 새로운 여성상은 모든 이의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그는 의상뿐만 아니라 향수, 사교 문화, 삶의 즐거움까지 발을 넓혔고, 새로운 형태의 럭셔리를 창조해나갔다. 또한 그는 자신이 늘 중시하는 전통적인 장인 기법을 활용하여 최상의 오뜨 꾸뛰르를 선보였다.

2. “크리스찬, 당신은 새로운 룩(New Look)의 드레스를 만들었군요!”

1947년, 크리스찬 디올은 몽테뉴가 30번지의 살롱에서 첫 오뜨 꾸뛰르 컬렉션을 선보였다. 여성의 실루엣을 급진적으로 변화시킨 이 스타일을 보고 <하퍼스 바자>의 카멜 스노우 편집장은 감탄하며 이렇게 말했다. “Dear Christian, your dresses have such a new look!" 그녀의 ‘뉴룩’이라는 표현은 크리스찬 디올의 스타일을 일컫는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가슴을 부각시키고 허리 라인을 잘록하게 강조한 자켓에 발목이 드러나는 풍성한 치마를 매치한 <바> 앙상블은 여성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패션으로 대두되었다. 이 디자인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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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구글 이미지>

4. “세상에서 여성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존재는 꽃이다.”

크리스찬 디올은 노르망디 해안에 위치한 그랑빌에서 어머니와 함께 정원을 가꾸던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늘 지니고 있었다. 꽃을 사랑했던 어린 디올은 꽃과 씨앗에 대한 책들을 몇 시간씩 읽곤 했다. 디자이너가 되어서는 부드러운 어깨와 풍만한 가슴, 가느다란 허리에 꽃봉오리처럼 풍성한 치마를 입은, 꽃과 같은 여성들로 이 세상이 가득차기를 꿈꿨다. 이러한 그의 이상은 매 컬렉션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디올의 뒤를 이은 디자이너들 역시 꽃을 모티브로 한 컬렉션을 계속해나갔다. 라프 시몬스도 자신의 첫 오뜨 꾸뛰르 컬렉션에서 다양한 종류의 꽃으로 벽면을 완전히 뒤덮는, 놀라운 무대 장식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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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쳐=구글 이미지>

5. “진정한 럭셔리는 훌륭한 소재와 장인의 성실함 없이는 불가능하다.”

오뜨 꾸뛰르 컬렉션은 아뜰리에 장인들이 흘린 땀과 눈물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아뜰리에의 수석, 부수석 그리고 스태프들은 몽테뉴가 30번가에 위치한 공방에서 갖은 기량을 발휘해가며 수석 디자이너와 협업한다. 전통 노하우와 최신 기술을 접목하여 매 시즌마다 클래식하면서도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오뜨 꾸뛰르의 노하우는 의상뿐만 아니라 향수, 가죽 제품, 쥬얼리 등 디올의 모든 부문에 녹아들어 있다. 아뜰리에 스태프들은 모든 분야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장인정신으로 임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디올 앤 아이>에서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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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디올>

영화 <디올 앤 아이>에서 만난 크리스찬 디올은 자신만의 철학이 확고한 사람이었다. 그는 평생 동안 디자인에서 있어서 여성성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예술과 꽃을 사랑하며, 장인정신을 추구했다. 디올의 명성이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은 뚜렷한 가치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라프 시몬스 역시 디올의 고귀한 유산을 어떻게 재해석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크리스찬 디올이 살아생전에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앞으로도 디올 하우스에는 크리스찬 디올의 숨결이 살아있을 것이다. 아울러 패션계의 영원한 멘토로서 수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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