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 展
By 오누리 (스토리텔러)
‘이 놈의 단추, 하필 이럴 때’ 늦은 아침을 맞는게 일상인 이들의 입에서 탄식이 절로나오는 소리다. 그 땐 그 쓰임새가 정말 쓸모없는 일인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8세기부터 근현대까지 단추를 매개로 프랑스의 문화와 사회의 변화를 얘기해줄 전시를 본다면 새삼 단추가 달리보일 것이다. 배우 온주완의 음성 큐레이션이 담긴 안내 라디오와 함께 관람한다면 관전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그 시대마다의 낭만을 곧잘 몰입될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 전시 매거진 홍보 이미지_사진출처; 아트 인사이트 사이트>
전시 입구에 들어서면 세계 교과서나 복식사에 나올 법한 초상화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참 고루한 얘기일 것 같다. 어쩐지 불안하지만 믿고 전시 안을 더 따라 들어가길 바란다. 그 곳엔 샤넬 외에 세상을 변화시킨 또 다른 디자이너들과 여러 분야의 장인들이 기다릴 것 이다. 그러기 전 인내심을 갖고 초상화에 대한 설명을 찬찬히 듣다보면 단추가 불편해도 그 쓰임새가 시대마다 달라지기 때문에 아침마다 우리가 그 고통을 겪을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입구를 들어서면 영국 월러스 컬렉션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 램브란트의 인물화들을 연상케할 것이다. 하지만 귀족들의 모습이 담긴 모습을 우리가 바라봐야할 이유와 초상화를 즐길 또 다른 방법을 이 전시는 알려주고 있다. 특히 마리아 앙투아네트로 추정되는 초상화 속 복식의 얘기로 전시의 초입부에 분위기를 추측해본다면 사실 단추가 실용적인 측면보다 왕실문화를 중심으로 부와 권력을 드러내는 상징물에 가깝다는 역사적 사실을 말하고 싶다는 걸 알 수 있다. 어떻게 남성의 중심으로 시작된 단추가 여성복으로 옮겨졌는지에 대한 내용부터 남성복에서 유일하게 멋을 부릴 수 있는 부분이 단추였다는 사실을 초상화를 통해 추측해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 전시 매거진 홍보 이미지_사진출처; Visit Seoul 사이트>
언제나 시대마다 파격의 행보는 이루어지고 상대적으로 그 시대의 젊은 세대들이 그 시대를 대처하는 제기발랄함은 기록에 남는다. 이러한 사실은 이번 전시에도 법칙을 찾아보길 바라며 전시를 살펴보기로하자.
프랑스 여성복에 본격적으로 단추가 사용된 계기는 영국에서 물건너온 여성 승마복에서 유래했다는 건 이 당시 상당히 파격적인 행보일 것이다. 그 이전엔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오브제가 여성에게 활용된 사실은 여성들이 외부적 활동 즉 활동적 참여에 대한 일부 진보적인 흐름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짐작케 한다. 이러한 근현대적 징후들이 켠켠히 프랑스 사회에 무의적으로 쌓여 프랑스가 맞닿뜨린 중요한 격변의 시기가 있다. 바로 프랑스 혁명이 후 나폴레옹 집권시기와 신흥부르주자의 문화이다. 그 변화로 인해 단추의 상징적 역할의 변화는 그 시대를 잘 반영한 모습들을 대표하는 그림들을 나열했다. 구체적으로 나폴레옹의 집권시기엔 군정정치로 인해 군복에서 나타는 집단 정체성이 일반 복식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신흥 부르주아들의 소비문화가 단추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단추는 20세기에 본격적으로 복식 디자인에 있어서 중요한 표현매체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익숙한 이미지와 포스터들의 회화에 반가울 무렵 본격적으로 격변의 시대마다 단추의 재미난 모양과 스토리들이 펼쳐진다. 화려한 궁정문화를 보여주는 금실, 비단, 보석 단추들에 압도되어 이런 옷을 입고 도대체 어떤 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지만 보는 즐거움을 만족한다. 그 이후의 단추의 화려함보다 프랑스 혁명, 노예 해방과 같은 기념적 사건들과 역사적 인물들의 초상화를 담은 단추들은 마치 우표를 연상케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 전시 매거진 홍보 이미지_사진출처; Visit Seoul 사이트>
우리가 여성의 해방을 말한 디자이너로 코코 샤넬을 단연 뽑지만 이 전시에서의 묘미는 코코 샤넬의 경쟁자들의 얘기다. 여성을 코르셋에서 해방시킨 선두자인 디자이너로 코코 샤넬만을 얘기하긴 그 당시의 다양한 변화와 가능성을 우리가 묻어두기엔 여전히 이들의 영향력을 우리가 무시할 수 없다. 저번 샤넬 전시의 마지막 섹션에서 나온 영화에서 거론된 인물이 여기에 있다. 바로 폴 푸아레다. 신비스러운 동양문화에 대한 환타지를 패션에 담은 폴 푸아레는 샤넬보다 앞서 기존의 상류층에게 사랑받는 디자이너였다. 특히 하렘 바지는 샤넬을 앞서 여성이 착용할 수 있는팬츠를 보편화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또한 샤넬의 향수보다 앞선 패션 브랜드에서 최초로 향수를 출시한 디자이너 역시 디자이너 킹 , 폴 푸아레다. 복식사에서만 그의 존재를 알 수 있는데 그치는게 아니라 대중에게 그에 대한 소개를 무게있게 소개한 국내 전시로 볼 수 있다.
<폴푸아레 생전(왼) 미나렛스타일(중) 프랑스근현대 옷(오) _사진출처; 패션앤(왼),뉴욕타임즈(중),블링크(오) >
<엘자 스키아파렐리의 의복전시 장면 _사진출처; 패션 앤 >
폴 푸아레는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데 반해 샤넬이 유일한 경쟁 상대로 의식한 디자이너가 바로 엘자 스키아파렐리다. 어쩌면 이 전시가 말하고 싶었던 백미는 엘자 스키아파렐리였지 않나 싶을 정도로 의복의 부품이 아닌 디자인의 핵심으로 돋보이게한 디자인이 특징인 그녀의 창의성이 전시장 맨 뒤켠에 차근히 소개되고 있다. 복식의 실루엣, 소재의 특별함보다 단추의 특이함이 돋보이기 위해 다른 디자인적 요소를 최대한 자제한 느낌이 들 정도다. 또한 그녀의 위트와 키치적인 성향이 단추에서 그 현대성을 독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 현대성은 샤넬이 인정한 당대의 여자 디자이너였단 사실과 현재 모스키노 디자이너 제레미 스캇에게 디테일 독창성에 미친 그녀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이번 전시를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전시는 우리가 제한된 정보에 의해 생각의 폭과 넓이가 아직 부족하단 의심을 한번쯤 들게한다. 결과적으로 단추를 통해 많은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을 함께 전달한 이번 전시는 우리에게 미처 생각지 못한 새로운 관점을 열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