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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브랜드 위해서는 상업성이 중요” [헤럴드디자인포럼2023]
202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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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패션디자이너 계한희 인터뷰
쉼없는 리서치·도전, 변화 빠른 패션 선도
‘카이’ ‘아이아이’ 브랜드로 활발한 소통
K-패션 발전위해 유통 대기업 역할 중요

“사실 디자이너로서 예술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부분이 제일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브랜드를 분리해 조금 더 커머셜한 것과 조금 더 컬렉션적인 것을 다르게 생각하려고는 하지만, 결국 패션에 있어 상업성은 예술성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품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면 어떤 종류의 브랜드이든 사업적으로 어느정도 지속이 되어야 하니까요.”

창의적이면서도 대중적인 디자인을 찾는 것. 이는 대다수의 패션디자이너들이 가진 오랜 고민이다. 예술성과 상업성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고 두 영역의 교집합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다음달 19일 열리는 헤럴드디자인포럼2023에서 ‘디자이너로서 기업가 정신을 기르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는 계한희 패션디자이너는 헤럴드경제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지속 가능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티스트를 넘어 사업가로서의 마음가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아이(EYEYE) 2023 써머컬렉션 룩북 [아이아이 공식 홈페이지]
카이(KYE)와 배달의민족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카이 공식 홈페이지]

미국에서 나고 자라 세계 3대 패션스쿨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 최연소 입학해 공부한 계한희는 글로벌 시장에서 자신의 성을 딴 브랜드 ‘카이(KYE)’와 세컨드 브랜드 ‘아이아이(EYEYE)’로 K-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컬렉션 브랜드인 카이를 통해 유행에 민감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하고 싶은 이야기나 보여주고 싶은 룩을 표현한다. 디자이너 감성을 담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다소 실험적이고 화려한 옷이 다수다. 대중성은 매스(mass) 브랜드인 아이아이를 통해 잡았다.

그는 “카이 컬렉션을 작업할 때는 추상적 이야기를 옷으로 재밌게 풀어내고자 노력하고 있고, 아이아이는 팀원들, 소비자들과 많은 소통을 하며 그들이 원하는 옷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성격이 다른 두 개의 브랜드를 총괄하고 있는 계한희는 주류의 변화가 빠른 건 패션의 숙명이라고 말한다. 그는 “패션 트렌드 변화의 속도는 이를테면 날씨 같은 것”이라며 “실제로 많은 디자이너들이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브랜드 및 스타일을 유지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지만 이전보다 그 속도가 점점 빠르게 진행돼 브랜드나 소비자 모두 지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계한희는 빠른 변화 속에서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해선 끊임없는 리서치와 도전이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00개를 시도해서 그중 1~2개가 성공하면 그게 나의 것이 되는 것”이라며 “독창적이고 새로운 것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 남들이 하는 부분을 열심히 연구하고 학습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기회를 늘 찾아다니고 웬만하면 거절하지 않고 일에 있어 욕심도 많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소비자들과의 활발한 소통 또한 리서치 활동의 일환이다. 계한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계자이너’를 운영하며 디자이너로서의 일상, 카이·아이아이 룩북 등 다양한 영상을 통해 소비자들과 접한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6만4000여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그는 “사업을 위해, 그리고 셀프 브랜딩을 위해 패션이라는 분야에서 SNS는 매우 중요하다”며 “요즘에는 리서치를 SNS를 통해서 할 수밖에 없고, 고객 또는 팬들과의 소통이 제일 빠르고 활발하게 이뤄지고 피드백을 들을 수 있는 곳이기에 일의 연장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도전과 노력이 밑바탕이 돼 카이·아이아이는 브랜드 론칭 이후 배달의민족, 슈에무라, 나이키, ABC마트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협업해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내놓는 등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두 브랜드를 모두 성공적으로 이끈 계한희는 지난 2018년 7월에는 기존의 개인사업자를 법인사업자로 전환하고, 기업부설연구소와 벤처 기업 인증을 통해 기술력 유지와 기술개발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가 마인드’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계한희는 한국 패션산업의 현주소에 대해 “현재 긍정적으로 보기는 힘든 게 사실”이라며 “다른 문화 콘텐츠들보다 영향력이 약하기도 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규모가 큰 편이 아니다. 그렇다보니 K-패션이라는 게 존재는 한다고 하지만, K-팝에 묻어가는 느낌도 있다. 나라를 대표하는 컬렉션 브랜드의 부재도 이러한 이유 중 하나”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유통 대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컨템포러리 브랜드(유행하는 트렌드를 반영해 인기를 끄는 브랜드)는 자생, 또는 투자를 받아 잘 하고 있는 브랜드가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세계적 디자이너를 키우기 위해서는 혼자서는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여러 유통 매장들도 그렇고 대중들도 해외 브랜드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유통시장에서의 인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신혜원 기자 /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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