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도시의 위기는 갈수록 그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례없는 도시 문제에 당면해서 새로운 형태의 조직과 참여가 요구됩니다. 지구상에 난민과 실향민의 숫자가 그 어느 때보다 크며, 도시는 사회에 비적정 주거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알프레도 브릴렘버그(Alfredo Brillembourg) 건축가는 2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2022에 참석, 도시의 위기와 미래를 진단했다. 그는 “도시란 그 무엇보다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공간이고 인간이 도시 개발에 있어서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모든 인류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도시 디자인을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브릴렘버그는 30년 이상 전 세계에서 건축과 도시 설계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을 가진 세계적 건축가다. 특히, 도시 설계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험과 혜안을 가진 거장으로 꼽힌다.
브릴렘버그는 현재 전 세계의 도시가 위기에 처해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는 70억명에서 96억명으로 증가할 것이며, 그중 90%는 남반구 개발도상국에서, 전 세계 인구의 60%는 도시에서 거주하게 될 것”이라며 “아무리 각종 경계선을 만들어서 난민 등의 문제를 제한하려고 하지만 그 누구도 현실을 탈피할 수 없다. 전 세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도시 행성(Urban Planet)’ 개념을 강조했다. 세계는 서로 연결된 하나의 거대 도시다. 도시 행성에는 경계를 짓는 영구적인 장벽이 없다. 뿌리줄기처럼 촘촘히 얽힌 연결망에 가까우며, 이 도시의 생태계는 정치, 문화, 경제 및 사회 기반 시설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존과 번영을 위한 전략도 다양해진다. 건축가들은 기존에 규정된 규범을 뛰어넘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또한 앞으로의 도시 개발은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브릴렘버그는 “지속가능성은 경제 성장과 생활 수준 향상이라는 목표로 접근해야 하는데, 특히 여성, 아동, 노인, 장애인, 원주민과 같은 취약계층 인권과 세계 평화에 대한 논의 또한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브릴렘버그의 관심사는 단순한 주택공급이 아닌,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주택 문제에 보다 집중돼 있다. 그는 “인프라시설에 대한 권리, 적절한 주거시설에 대한 권리, 자연재해에 대한 복원력, 인재에 대한 복원력을 갖추어 투명한 도시, 안전한 도시, 민주적인 도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브릴렘버그는 특히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 있는 ‘토레다비드’를 수직적 사회적 주택(도시)의 대표 모델로 꼽았다. 토레다비드는 원래는 은행과 호텔 등의 목적으로 개발됐으나 베네수엘라에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98% 공정률 상태에서 무방비로 버려진 거대한 복합건물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저소득층 주민들이 한 칸씩 차지하며 스스로 건물 내의 규칙과 커뮤니티를 일궈냈고, 각 세대를 중산층 수준의 주거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브릴렘버그는 “비공식 정착촌에 어떻게 지속 가능한 설계와 운영을 접목시켜 다양한 접근을 구현할 수 있을지 일종의 시험대이자 실험실로서 토레다비드의 가능성에 주목했다”면서 서울에서도 이 같은 지속 가능한 사회적 주택 모델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때 건축가는 단순히 높은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공유 문화를 발전시키는 일환으로 공공 공간 설계를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는 공간, 가장 일반적이고 필수적인 요소를 기본 원칙으로 담아내 건강한 공동체 생활을 보장해야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한편, 브릴렘버그가 주창하는 도시 디자인의 또 다른 한 축은 ‘공중(air) 지원 서비스’ 등 도시의 모빌리티 레벨(mobility level)의 다층화다.
그는 “기후 변화는 도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요구한다”며 “홍수에 대응해 추가로 개발할 수 있는 기능으로 건물과 건물의 지점을 연결해 공중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또 다른 레이어(layer)를 도시에 추가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모빌리티 시스템 확장으로 콜롬비아의 메델린이나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 혹은 서울과 같은 도시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고지대를 오가고 건물을 구름다리로 연결해 사람들이 이동하고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다층적 연계 도시를 구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민경 기자 / th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