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양한 종들(species) 간의 협력을 바탕으로 외부 자원을 과용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38억년 이전부터 이어져 온 자연의 원리를 모방해서 말이죠.”
뱅상 칼보 아키텍쳐의 창립자인 벨기에 건축가 뱅상 칼보(Vincent Callebaut)는 지난 2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2022에 연사로 나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2008년 제안한 ‘릴리패드(Lilypad)’ 프로젝트를 먼저 소개했다. 아마존강 유역 커다란 수련 잎을 모방해 설계된 릴리패드는 기후변화로 전 세계 해안 곳곳이 물에 잠길 2100년쯤, 터전을 잃을 수억명의 ‘기후 난민’을 수용하고자 고안됐다. 50만㎡(약 15만평) 너비로 5만명 이상의 주민을 수용할 수 있는데, 전 세계 바다로 흘러든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건축된다.
뱅상 칼보는 “2050년이 되면 250만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이는 수많은 사람이 기존 터전을 버리고 떠나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며 “부유하는 친환경 도시를 통해 기후난민 위기에 직면한 지구인들이 바다인으로 거듭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의 건축 철학은 ‘파리 스마트시티 2050(Paris Smart City 2050)’에도 반영됐다. 파리시가 2014년부터 추진한 이 프로젝트는 2050년까지 파리를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되는 탄소 중립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특히 뱅상 칼보는 이 프로젝트에서 ‘에너지 연대’라는 개념을 강조한다.
그는 “재생 에너지 기술을 활용하면 에너지 소비량보다 에너지 생산량이 더 많은 건물을 지을 수 있다” 고 했다.
기차역인 파리 북역(Gare du Nord) 철로와 플랫폼을 대상으로 구현한 ‘맹그로브’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뱅상 칼보는 “북역은 교통량이 많고 매일 100만명이 방문하는 지역인데, 이들이 바닥을 밟을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건물 운영에 활용할 수 있다”며 “여행자들의 발자취가 만들어낸 에너지는 건물 외벽이 인공 광합성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고 설명했다.
뱅상 칼보는 “코로나19와 같은 보건 위기가 더 빈번하게 닥칠 것에 대비해 도시가 화재를 겪고 난 숲처럼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생태적 집단 지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준선 기자 / hum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