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한 디자인과 노출 콘크리트 마감으로 유명한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69)가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프리츠커상 심사위원단은 “치퍼필드는 건축가를 예술가로서 돋보이게 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대신, 건축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을 찾는 데 천착했다”면서 치퍼필드를 올해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치퍼필드는 실제 “건축가보다 건축물이 더 중요하다”는 소신을 보여왔다.
건물 외벽에 첨단 소재를 사용하거나,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보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대신 주어진 환경과 어울리는 품격 있고 절제된 건축물을 선보여왔다.
그는 각국으로부터 역사적인 공공 건축물의 리모델링 등 대규모 작업 의뢰를 받았다.
16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마르코광장에 세워진 ‘프로쿠라티에 베키에’의 복원·리모델링 작업도 그의 손을 거쳤다. 그는 지붕 및 다락 공간을 대형 작업공간과 전시공간으로 바꾼 뒤 옥상에 루프탑을 설치하고 500년 가까이 된 건물을 현대적으로 탈바꿈했지만, 내부 벽돌을 그대로 남겨둬 전통과의 조화를 추구했다.
1904년에 건립된 미국 세인트루이스 미술관에 새 전시관을 설치하는 작업과 독일 베를린 신 박물관의 리모델링 등도 맡았다.
지난달에는 그리스 아테네의 국립고고학박물관의 리노베이션 책임자로 선정됐다.
서울 용산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의 본사 건물도 치퍼필드의 작품이다.
건물 내 3개의 정원인 ‘루프가든’을 배치해 자연과 호흡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한 이 건물은 지난 2019년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고층건물’에서 2개 부문 대상과 1개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치퍼필드는 1953년 영국 남부 데본에서 태어났다. 런던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파리 퐁피두센터를 설계한 리처드 로저스 밑에서 일했다.
1985년 자신의 회사를 설립한 그는 일본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의 쇼룸 설계와 지바현의 미술관 등의 의뢰 때문에 수년간 일본에서 활동했다.
한지숙 기자 /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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