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버려진 페트병으로 만든 옷,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을 활용한 러닝화, 그물망과 나일론 폐기물로 만든 드레스….
이같은 ‘지속가능한 패션(Sustainable fashion)’이 전세계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지속 가능’, ‘리사이클링’ 등의 키워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패션은 환경과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슬로 패션’과 비슷하지만 이를 단순한 친환경적인 패션으로 보기는 어렵다. 에코 패션이나 친환경 패션보다 더 상위 개념으로, 미래 세대를 위해 환경을 중시하고 자원을 아낀다는 사회적 가치관에 문화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까지 가미된 것이다.
이미 글로벌 패션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패션이 시장을 주도할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신소재 발굴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패션업계 역시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친환경 소재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패션업체들마다 환경 친화적인 섬유를 개발하는 친환경 패션 제작 트렌드에 동참하고 있다. 친환경 제품 제작은 물론이고 재활용품을 업사이클링한 제품을 내놓는 등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 의류 브랜드 나우가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나우는 기능주의 디자인으로 리사이클 다운ㆍ폴리 등의 재생 소재를 적용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리사이클 폴리 라인은 버려진 페트병을 수거해 재생시킨 원사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나우 관계자는 “제품들은 폐 페트병을 컬러별로 수거한 후 엄격한 세척과 방사 과정을 거쳐 생산된 리사이클 폴리에스터와 오가닉 코튼의 혼방으로 제작된다”며 “특히 유해 물질인 PFC(불소계화합물)를 유발하지 않아 불필요한 환경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는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을 활용한 러닝화와 축구 유니폼을 지난 2016년부터 판매하고 있다. 아디다스 관계자는 “아웃도어와 오리지널스 라인 등 전 카테고리에 폐기물 소재를 활용할 예정이며 향후 의류와 신발을 생산할 때 버진 플라스틱(석유를 원재료로 하는 플라스틱)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했다. 폐기물 소재로 제작한 러닝화 한 켤레에는 평균 11개의 플라스틱 병이 재활용된다.
또 SPA 브랜드 H&M은 패스트 패션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친환경ㆍ재활용ㆍ유기농 등의 지속가능한 소재만을 활용해 만든 ‘컨셔스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이라는 패션 라인을 2012년부터 선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처럼 일반 의류 브랜드부터 SPA까지 지속가능한 패션에 합류하는 이유는 단순히 브랜드 이미지를 포장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비자가 추구하는 바를 일찍이 선보임으로써 브랜드의 경쟁력을 갖춘다는 전략인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국내 패션업계엔 지속가능한 패션 개념이 완전히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어 분발이 요구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업체들이 지속가능한 패션을 단발성 마케팅에 활용하는데 그치는데, 이는 개선이 필요해 보이다”고 했다.